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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테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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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요즘 잘 안 보이시던데 어떤 책 쓰시기에 그렇게 두문불출하셨어요?"

"아, 모르셨군요. 지난 반년 동안 가족들이랑 평양에서 지내다 왔어요."

"방언조사 때문에요? 그런데 무사히 다녀오셨어요?"

"네, 평양말 배우러 가서 잘 지내다 무사히 왔어요."

"곧 북한말에 대한 책이 나오겠네요. 기대돼요."

"인차 거의 다 와시오. 땅집이 완전히 많디요? 평양두 이케 시내를 좀 벗어나문 쭈욱 이시오, 땅집이."

"땅집이요? 그럼 아까 본 높은 건물은 하늘집인가요?"

"하하하, 우습다야. 기게 하늘집이 아니구 기낭 아파트라 한다. 야~ 슬기가 이 아저씨한테 처음으로 말 걸엇다야. 슬기야, 이 아저씨가 그리 무서원? 이젠 말 좀 트이갓구나."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갓구나. 맛잇게 드셋으면 좋겟습니다"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가시오. 맛잇게 드셋으면 돟가시오"

"저기 새파란 대문집이 우리 집입니다. 딸내미랑 집사람도 나와 이시오."

"어이 왔음둥, 그 먼 길을 어이 왔음둥?"

"예리 어머니는 함경도가 고향이신가요?"

"그걸 암까? 한 선생님이 방언 연구한다하시길래 내 그럴 줄 알고 우정 고향집 회령 아매들 흉내 냈단 말임다."

"평안도 서나가 함경도 안까이랑 사시는군요. 함경도 나그네랑 평안도 에미네가 어느 조합이 더 낫습니까?"

"질문이 벨랗습니다. 할라꼬이 여자가 좀 쎄긴 하지만 세간살인 깨끗하게 하디요 뭐."

"할라꼬이요? 함경도 사람을 그리 부르나요?"

"옳슴다. 저 나그네가 성이 나면 나를 그리 부름다."

"어데 사람이든 맘이 맞고 뜻이 맞는 거이 젤이디 다른 거이 필요하가시오? 남남북녀라 했으니 그래두 평안도 남자랑 함경도 여자래 만나는 거이 낫디 않갓습니까?"

"딸 예리임다. 슬기보다 한 살 어림다. 이제 그만 아낙으로 들어오시라요. 이러다 해지겠슴다. 안방으로 안내하겠슴다."

"예리 오마이, 밥상 안 됏어? 한 선생님! 따끈할 때 저녁식사 해야 하디 않갓습니까. 술도 디리오라. 한 선생님 대동강 맥주 어떻습니까?"

"듭시다. 먼저 맥주 한 고뿌 쭉 냅시다."

"한 선생님, 기케 찔게만 드시디 말구 반찬 좀 들라요. 풀만 먹구 힘이 나가시오?"

"옳습니다. 물고기라메, 돼지고기라메, 닭알이라메 많이 드시란 말임다. 그리 햄새만 잡수무 아이 좋잼까?"

"저는 짠지나 콩나물, 시금치 메운 거 이런 걸 좋아합니다. 고기 반찬은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랍니다."

"예리 어머님, 댁에서는 국 말고 찌개는 안 드세요?"

"찌개요? 그게 뭡니까?"

"밥상 한가운데 놓고 여러 사람이 떠먹을 수 있는 거요. 국보다는 좀 더 국물을 덜 잡고 끓이는 거......."

"모름다."

"까마티 밥 드실람까? 까마티 밥이 머인지 금방 알리잼까?"

"숭늉 있습니까? 오랜만에 숭늉 마시고 싶습니다."

"겸재 선생님! 여기 말을 조사하고 싶다고 하셧습네까? 우리가 어카문 되갓습니까. 두발 벗구 돕게스리 말씀하시라요."

"딱 오늘 같으면 됩니다. 오늘 댁에서 보여주고 들려주신 것처럼 여러 곳으로 안내해주시면 됩니다. 귓구녕 크게 열고 듣겠습니다."
"우리 나그네까 어디든 갑소. 안까이들이 필요하면 내까 가무 됨다. 어디든 가기쇼. 이 김옥서이가 다 안내하겠슴다. 김옥성, 이 이름이면 평양에서는 아이 통하는 데가 없잼까. 날마당 붓만 잡고 선생지르 하는 나그네보다 내가 날 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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