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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북조선도 난 다 싫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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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했다고 해서 일본인이 될 수는 없어요. 호적등본에는 언제까지고 귀화라는 글자가 따라다닙니다.
결국 나중에까지 고통받는 것은 아이들 뿐이죠."

 

이 때 박씨가 취기 어린 눈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이 모든 것은 다 통일이 되면 자연 해결 될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조국 통일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저 극악무도한 박정희 도당을 타도해야 한다"고 했다.


 

덩치 큰 사내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어금니로 고깃덩어리를 씹으면서 신사복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셔츠를 걷어 올리고는 통나무 같은 팔을 과시하면서 소리쳤다.

"내가 언젠가는 조총련 본부 건물에 폭탄을 장치해서 산산 조각으로 날려버리겠어.
내 이 손으로 김일성 앞잡이들을 모두 죽여 버리겠어!"


"할 테면 해 봐! 그 전에 네 모가지를 도끼로 쳐 주마."

이미 장로의 충고도 소용없었다. 그것은 김빠진 사이다 같았다.


막 육탄전이 벌어지려는 순간, 옆 방에서 한 중년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말다툼의 원인도 모르면서 빗나간 권고 같은 말을 했다.

"한국도 북조선도 난 다 싫어요. 당신네들은 그저 술주정뱅이들일 뿐이라고요. 이래 가지고 어찌 조국통일이 되겠어요."


그러자 여자의 남편인 듯한 남자가 말했다.
"당신은 잠자코 있어!"

"
어떻게 내가 잠자코 있을 수 있겠어요. 제삿날 밤에 취해가지고서..... 당신은 술마시는 재주 밖에 없으니까.

내일 일하러 갈 생각은 안하고...... 저런 술고래와 함께 산 덕분에 20년 동안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당신하고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 이 주제 넘은 여편네야!"

"아이고, 그렇고 말고요, 당신이란 사람 말투는 언제나 그런 식이니까. 내가 주제 넘은 여편네라면 당신은 뭐에요? 이 쓸모없는 인간아!"

 

여자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남편에게 덤벼들 기세를 보이며, 무뚝뚝한 얼굴이 되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여자도 술이 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등 뒤에서 한 친구가 농담조로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거야? 그러지 말고 이리 와. 좋지도 않은 남편과 이십 년 동안이나 살았을리도 없잖아. 당신도 재미를 많이 봤을 텐데. 나 같은 과부 앞에서 그런 말하면 죄 받을 거야.
사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그것이 붙어 있는 동안은 사내야. 나같은 인간이 불쌍하지. 사내 맛을 잊은지가 이미 오래야."
여자들이 일제히 까르르 웃었다.
"우리 집 영감이라도 괜찮다면 언제고 마음대로 하시구려."
여자가 말했다.
"정말 그래도 괜찮아? 그러다 당신보다 내가 좋다고 영감이 돌아가지 않아도 난 몰라."
여자가 말했다. 이 한마디가 기분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그 다음은 뭐가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두 여자의 시끄럽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날 밤 제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것은 내 빈약한 제주도 말로는 도저히 번역이 불가능했다.
 소,돼지,개,인간과 온갖 생식기를 의미하는 속설스런 여자들의 말에 제 아무리 남자들이라 할지라도 상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군"
말하며 박씨가 일어섰다.
더 이상 앉아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태수 씨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비는 그쳤다. 구름 사이로 뿌옇게 흐린 달이 보인다. 내일은 맑을까? 모레는? 그 다음날은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리러 뛰어다녀야겠지. 교수가 내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저 말입니까? 전 지금 실업자입니다."
"실업자?"
"그렇습니다.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밤낮으로 생각하는 중입니다."
"호오! 그것 멋지군. 만약 그런 방법이 떠오르거든 내게도 알려주게나."
"물론 좋습니다."

 교수에게 작별을 고하고, 육촌형의 차는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몹시 취한 그가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조수석에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잠든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 까지 떠들썩 했던 동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김,박,고,강,백.......모두들 인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핏줄임을 느끼는 동족이다.
우리 모두의 핏줄에는 굶주린 피가 몹시 날뛰며 흐르고 있다.

우리 동포들에게 두드러진 특징은 두 사람이 모이면 의견이 다르고, 세 사람이 모이면 "분열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개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아(自我)가 머리 여럿달린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런 자아들을 백만 톤급의 프레스로 두들겨 대면 어쩌면 한 덩어리의 훌륭한 조선인 상(像)이 완성 될 지도 모른다.


양석일(梁石日) - 제사(祭祀)『광조곡(狂躁曲)』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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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운동한몸님의 댓글

  • 운동한몸
  • 작성일
일본인으로 살어

산맥님의 댓글

  • 산맥
  • 작성일
중국인으로 살어

호갱님입니다님의 댓글

  • 호갱님입니다
  • 작성일
살지마

ㅇㅇ님의 댓글

  • ㅇㅇ
  • 작성일
나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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