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무직 아재 캐나다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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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캐갤 존재를 알고 눈팅만하다가, 엘모 아재가 쓴 글도 많이 보고 느낀점이 있어 나도 몇 글자 적어보려 회원가입한 뉴비 아재임.
난 40이고 캐나다 온지 8년 정도 됨. 처음엔 뭣도 모르고 오게 됐는데, 와서보니 나 같은 케이스는 흔치 않은 경우라 이민을 고려할 때 참고할 만한 대상은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것과, 늦깍이로 이민을 고민하고 있는 사무직들에게 참고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몇 글자 적어봄.
(정착) 한국서 회계밥 잘먹고 살고 있다가 어느날 캐나다에 있는 한국 회사서 회계잡 오퍼를 받음. 그때까지만 해도 외국 경험 제로에 (가끔 출장다니는거 빼고) 영어 찌질이라 걱정되는 맘도 있긴 했는데 주변 친구들 그 흔한 어학연수니 교환학생이니 다녀오는 동안 난 한번도 외국 나가 살아본적이 없어서 뭔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도 들고, 기회가 되면 외국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환상 같은게 좀 있었음.
거기에 11년부터 13년까지 한국 회계 시장은 IFRS 때문에 미친 업무강도를 자랑하고 있을때라, 애기랑 가족들 얼굴볼 틈도 없이 몸도 마음도 한참 많이 지쳐있었을 시기였고, 여기에 한국 사회 구조에 대한 여러가지 암울한 생각들까지 겹치면서(이 얘긴 나중에 기회있을 때 좀 더 풀어볼 생각임) 한국을 떠야겠다 생각함. 암튼 여기 회사에서 땡긴거라 조건도 나쁘진 않았고 LMO지원에(14년 당시는 LMIA가 아니라 LMO였음) 이주비 (이사비용 및 본인/가족 비행기값) 지원 받는 조건 붙이고 그럭저럭 살만한 연봉으로 맞춰서 넘어옴.
캐나다 넘어온지 1년 반만에 Express Entry제도로 바뀌면서 LMO로 Work permit받고 넘어온 사람들한테는 영주권이 좀 쉽게 나오더라고. 연봉은 뭐… 한국에서 생각할 땐 이정도면 괜찮다 했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4인가족이 살기에는 매우 빠듯한 수준이더라. 넘어온지 1년만에 4명이 살만한 콘도 하나 구매해서 모기지 갚아나가며 살고 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게 제일 후회됨. 애딸린 사람들은 첫 집 구매할 때 부디 신중하길
(이민 후 5년) 첫 1-2년은 나도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뭐 정신 없었는데, 몸만 캐나다에 와있는거지 문서며 회의며 죄다 한국말로 하다보니 이건 뭐 한국에서 일하는건지 캐나다에서 일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음. 한 2년 지나니 스멀스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좀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라. 업무강도나 이런거야 뭐 한국에 비할바는 아니었기 때문에 Work life balance는 한국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게 여기 현지 회사 막 연말에 2주씩 쉬고, 평일에는 4-5시면 퇴근하고 이러는거 보다보니 난 아직도 노예야 이런 생각도 들더라.
이 회사에서 벗어나면 캐나다 회사에서 날 과연 받아줄까 이런 걱정도 되고, 다 때려치고 한국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음. 그런 고민하는 사이에, 우연찮게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캐나다 현지 회사로 파견 나갈 기회가 생김. 짧은 영어 때문에 고민도 좀 하긴 했지만 이만한 기회도 없다 싶어서 가겠다고 손들었고 형식적이긴 하지만 개긴장하고 면접도 봄. 다행히 잘 풀려서 현지회사 파견기회를 잡게 되었는데, 본소속은 한국회사다 보니 일정기간 파견 근무 후 돌아가는 조건이었음.
(그 후 3년) 이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 생각해서 파견나간 회사에서 초반 2년 한국에서 일하던거 처럼 일함. 비록 영어는 좀 짧지만 업무능력은 여기 애들에 비해 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모르는거 더듬더듬 물어가면서 프로세스 개선하고 성과내고 했더니 그래도 좀 인정해주더라. 캐나다 회사로 넘어오면서 느낀건데, 여긴 정말 불필요한 절차나 문서작업이 없어서 좋음.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은 깔고 일하는 사람들이라 영어가 짧아도 대충 얘기하면 잘 알아먹고, 뭐 한장짜리 두장짜리 요약본 이딴거 안만들어도 되니 내 본업무에만 집중하면 되고, 당연히 업무 효율은 그 전에 비해 훨씬 잘나오더라고.
그래봐야 시한부 파견이라 이거 끝나면 어쩌나 생각하고 있던 중 본 소속 한국회사에서 일이 터짐. 뭐 어찌어찌 본회사를 관둬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파견나간 캐나다 회사에서 한국 경력까지 모두 인정해서, 다행히 좋은 조건으로 잡아줌. 그래서 지금은 아주 많은 연봉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1세대로선 그럭저럭 성공한 편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의 연봉에 괜찮은 베네핏 조건으로 만족하며 일하고 있음.
(결론) 여전히 이민의 정석은 현지 대학에서 학업수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Entry 잡을 구하는 방법이지만, 한국에서 꽤 괜찮은 커리어를 쌓았다면 그걸 굳이 포기하고 전공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본인 커리어 안살리고 캐나다에서 Job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직종으로 대학을 선택하는것 같아서)
확실히 현지 회사는 일잘하는 애들은 빨리 빨리 승진하고 올리는 시스템이라 본인 경력을 토대로 능력만 입증할 수 있으면 좀 늦은 나이에 시작하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음. 게다가 한국 특유의 그 공채기수나 서열 논쟁이 없고, 적어도 같이 일하는 field에서 지식이 부족한 윗사람 때문에 불필요한 문서 작업도 필요없으니 자기 능력 보여주기엔 한국보다 유리한 환경이라고 생각됨. 생각보다 캐나다 현지애들 업무능력이 아주 뛰어나거나 효율이 높진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뺑이 좀 쳐본 정도의 업무 능력이면 영어가 좀 달려도 충분히 본인 능력 입증할 수 있음.
세줄요약
1. 한국에서 괜찮은 커리어를 쌓았다면 굳이 직종 변경안하고 해당 필드에서 괜찮은 조건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음.
2. 한국애들이 캐나다애들보다 업무능력 좋은 경우 많음.
3. 애 있는 가족이면 집살 때 콘도는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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