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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夜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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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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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고 하니, 영화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深夜食堂>입니다. 드라마로도 시즌1에서 4까지 방영되었고 한국케이블TV에서도 절찬리에 방송되었으므로 日本文化를 즐기지 않는 분이라도 그 이름쯤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거기에다 <孤独のグルメ>도 한국에서 히트를 치는 바람에 <深夜食堂>은 <고독한 미식가>와 더불어 日本飮食 드라마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深夜食堂>은 <고독한 미식가>처럼 フード를 소개하고 그 맛을 공유하려는 정보 형식의 드라마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深夜食堂>은 각 회마다 등장하는 作中人物들을 통해 人間을 考察하려는 ヒューマンドキュメント적 기법의 드라마입니다. 예컨대 거기에는 선악의 기준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들이 매회 등장합니다. 야쿠자, 스트리퍼, 기둥서방, 不倫男女 등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계층과는 동떨어진 인물들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앵글은 냉철히 그들의 단면만을 담담히 기록합니다. 부정하거나 옹호하지도 않는, 그저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회 등장하는 인물들의 단면은 울림이 크고 그들의 생활이 온전히 담긴 음식에는 깊은 여운이 남겨지게 됩니다.


<深夜食堂>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벌써 1, 2편이 개봉되었고 한국에도 상영되었습니다. 영화 역시 드라마의 매회 에피소드처럼 オムニバス형식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전율이 돋을 정도로 비주류 인물들의 애환이 가슴에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1편의 압권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겪는 남자의 일상이고 2편의 백미는 한 노파의 이야기입니다. 이게 눈물을 펑펑, 아니, 유지군이 극장에서 오열하게 만들 정도로 압권이었습니다.


물론 그 노파도 <深夜食堂>의 여느 인물들처럼 주류와는 비켜선 사람입니다. 젊었을 적에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외간남자와 눈이 맞아 먼 곳으로 도망쳤으니까요. 그런데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서야 도쿄로 돌아와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보편의 시각으로 볼 때 참 뻔뻔한 노파인데, 이미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겁니다. 심야식당의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그 노파를 위해 도쿄 어딘가에 있는 아들을 찾아주기로 작정합니다. 카메라는 여기에서도 냉엄하게 그 일상만 기록합니다.


자, 여기까지는 내용만으로 판단하면 보통의 판에 박은 이야기 같습니다. 아마도 선악의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세계를 바라보거나 시정잡배적인 감성으로만 일상을 누리려는 사람들이라면 이를테면 이웃을 증오해 날조에 눈 먼 녀석들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전개는 아마도 다음과 같았을 겁니다. 深夜食堂의 단골들이 노파의 아들을 찾아내―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이다, 용서를 구하고 있다, 한 번 만나서 죽어가는 노파의 소원을 풀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母子가 만나 울고불고― 여느 신파영화처럼 딱 이랬을 겁니다.


영화 <深夜食堂>은 단호히 달랐습니다.

심야식당의 단골들이 노파의 아들을 수소문해 어렵게 찾아냅니다. 그리고 경찰을 이용해 집에 있는 아들을 현관 밖으로 유인(?)해내어 시간을 질질 끕니다. 그 모습을 100여 미터 떨어진 택시 안에서 노파는 그저,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의 모습과 화기애애한 아내와 아이까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지도 않고 통곡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눈물을 지으며 한없이, 한없이 바라만 볼 따름입니다. 그리고 노파는 아들 가족을 뒤로 하고 물러납니다.


결코 아들의 일상에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일상을 혼란에 빠뜨리지도 않았습니다.


그토록 깊은 절제는 그 대상에 대해 자신까지 포함시킨 고찰과 성찰이 없다면 구축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사색해 보면 정말로 전율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시정잡배의 감성과 이분법적 시각에 함몰되어 있는 부류들은 결코 흉내 낼 수조차 없는, 感情美學의 또 다른 모습이니까요. 


노파의 감성은 깊이, 깊이 울려져 유지군은 눈물을 소리 없이 뺨 위로 흘렀습니다만, 아들 가족을 뒤로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그만 오열을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극장 안은 관객이 몇 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폐가 될까 두려워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오열을 억누르고 억눌렀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이 웁니다만 이렇게 오열을 참을 정도는 <철도원>이래 처음이었습니다. 어쩐지 부끄럽습니다.^^


타인을 배려할 줄을 모르고 절제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목소리 높이는 부류들에겐 <深夜食堂>은 이해가 되지 않고 재미도 없는 영화이겠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내면의 울림과 사색 그리고 성찰이 몸에 익은 분에겐 더없이 깊은 여운의 감상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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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일본님의 댓글

  • 일본
  • 작성일
약간 갤이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이런 퀼리티 상당한 글을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본님의 댓글

  • 일본
  •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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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군님의 댓글

  • 유지군
  • 작성일
일본/ 별말씀을.^^  심야식당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이니 좋은 영화 한 편 보시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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