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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의 미국 영화계는 전쟁을 직접 격은 세대들이 영화를 찍던 시절이므로 당연하게도 좀 더 사실적인,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전쟁을 직접 겪은 자들이 찍은 영화인 만큼 이후의 영화들에서 느낄수 없는 묘사나 반영된 심리를 맛볼수 있는데

80년대 이후 개봉한 나치의 폐악에 대해 치중되어있는 2차 대전 배경 영화들과는 다르게 이 시절엔 일제를 배경으로 하거나 일제가 묘사되는 영화들이

제법 제작되었다. 특히 그중 영화 콰이강의 다리 (1957)은 흥미로운 소재와 패전국인 일제가 무조건 적인 악으로 나오지 않고 놀랍게도 절대 선에 대한 나름의 평정심을 보여주어 감상 중인 본인을 감탄하게 하였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2차 대전 중 타이의 밀림속에 일본군은 포로 수용수를 설치하여 영국군 공병대 포로를 활용하여 콰이강에 다리를 세우려고 하였다.

위 사진 왼쪽의 남자는 포로 수용소장인 사이토 대좌, 극 중 표면상 메인 빌런이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사이토 대좌는 적은 시간 안에 다리를 완공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려 영국군 장교 포로들까지 노역에 투입하려 들었고

포로 중 실질적인 리더인 영국 육군 중령 니콜슨은 제네바 협약을 들어 이를 거부하였다 (장교 포로들은 국제법상 노역에 투입시킬수 없었다)

그는 병사들이 지휘를 자신을 포함한 영국군 장교들이 아닌 포로 수용소의 일본군 장교들에게 받는다고 느낄 때

실질적으로 패배했다고 믿는 사람이다.

니콜슨 중령(오른쪽 남자)의 명령 거부에 사이토는 영국군 병사들에 대한 식량 배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박하며

니콜슨 중령의 명으로 작업을 하지 않고 무한 대기 중인 영국군 장교 포로중엔 탈진하여 기절하는 자가 속출하기도 한다.

이에도 굴복하지 않던 니콜슨 중령의 태도에 결국 사이토는 니콜슨 중령을 독방에 감금한다.

니콜슨은 독방에 감금되면서도 저항하였고 그는 영국군 포로들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기에 사이토도 함부로 죽이지 못했다.

사이토는 니콜슨을 회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니콜슨을 야밤에 불러 둘은 협상을 시작하는데

이 협상에서 사이토는 자신이 사실 런던 공대 출신의 영국 유학파이며 유럽산 와인을 사케보다 좋아함을 밝힌다.

니콜슨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시 사이토가 갖게 될 이점들을 말해준다.

건축에는 일자무식인 사이토의 장교들과는 다르게 니콜슨 휘하의 장교들은 인도 전역에 다리를 세워본 경험이 있는 자들이다.

니콜슨은 자신들의 장교를 노역에 동원하지 않고, 포로들에 대한 사실상의 지휘권을 본인에게 준다면

콰이강의 다리 건설에 대한 적극 협력을 약조하였고, 갈등하던 사이토는 다음날 결국 굴복한다.

(직감으로 니콜슨이 협상에서 승리했음을 깨닫고 환호하는 영국군 포로들)

니콜슨 중령은 진지하게 콰이강의 다리 건설에 임하게 된다.

그는 교량 건설에 경험이 있는 장교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하며 기존의 다리가 구조적으로 허술하고

잘못된 터에 자리 잡혔다는 결론을 내고, 새 다리를 착공하기로 결정한다.

적군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적극적으로 돕게 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의 부하들이 자신들이 스스로 군인이라고 느낀다면 포로가 아니며 적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포로 상태인 부하들에게 진두지휘 하여 일을 시켜 그들 스스로가 병사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 이 야만인들에게 수치심을 안겨 줄 서구의 체계성과 효율성을 가르쳐 주자" 며 장교와 병사들에게 그들이 하는 다리 건설이

오히려 적들에게 굴욕감을 안겨줄 행위라는 것을 설파한다.

다리 건설에 몰입한 니콜슨은 포로 수용소의 일본군 수뇌부들과의 토의에서

일본군이 지휘해온 기존 다리 건설에 대한 문제점들 가용 인력 배치, 노동 시간 등을 지적하며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고

효율성을 위해 영국군 포로들의 노동 시간을 늘리기를 주장하고.. 심지어 그가 그토록 목숨까지 걸며 지키려고 했던

영국군 장교 포로들의 노역 투입을 자진하여 주장하게 된다.

또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강조하며 일본 장교들의 노역 투입까지 주장하는데, 이에 사이토는 수용하고

사실상 지휘권이 니콜슨 중령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사이토가 굴욕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는 따로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리가 기존과 달리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건설되는 모습을 목도하고 더이상 니콜슨 중령에게 간섭하지 않고 전권을 암묵적으로 인도한다.

다리 건설에 몰두하게 된 니콜슨 중령은 영국군 포로 부상자들까지 노역에 동원하려고 한다.

부상자들을 공사에 투입시키는 이런 그를 묘하게 쳐다보는 사이토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느덧 완공을 앞둔 다리를 거닐던 두 사람은 다리에서 보이는 경치에 대한 아름다움을 논하는 사이토의 말을 시작으로

적군이란 경계선이 보이지 않고 친구에 가까운 대화를 시작한다.

니콜슨 중령은 28년이 넘는 군생활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10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인생관과 겪어온 심적갈등등을 고백하는데

말 없이 듣던 사이토의 표정엔 동점심과, 같은 군 리더로써의 동질감등이 묘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뽑는 장면이다.

한편 미군 수뇌부는 일본군의 콰이강 다리에 대한 첩보를 얻게 되고

이에 따라 다리 폭파를 맡을 특공대를 조직하여 파견한다.

다리 완공식 전날 기념 공연까지 주최하는 영국군 포로들..

이들은 포로 수용소에 사실상 동화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사이토의 방을 보여주는데,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을 찾을수 있다.

그도 가족을 가진 남자란 것을 보여주는 부분.. 영화 후반부에 그는 더이상 악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군의 다리 파괴 계획이 실패하기를 내심 바라게 되는 본인을 발견할수 있었다.

어느덧 준공식 날, 다리 주변에 도착하여 일본군 장교와 귀빈들을 실은 열차가 지나갈시 열차와 함께 다리를 폭파시키기 위해

특공대는 폭탄을 설치한 뒤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으로 깨달은 니콜슨은 사이토를 데리고 다리 주변을 감시하게 된다.

니콜슨이 사이토를 인도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어이없게 바라보는 미군 특공대의 모습이 압권인 장면..

사이토와 니콜슨에게 동화되었던 관객들에게 무언가 잘못됬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이윽고 니콜슨과 사이토는 폭탄 선을 발견 하게 된다.

급습하는 특공대원, 사이토는 칼에 찔려 죽는다.

당황해하는 니콜슨에게 특공대원을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자신들이 파견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혼란해하는 니콜슨.. 선과 악에 대한 경계, 군인으로써의 정체성, 가치관 등이 혼란스럽게 그와 함께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어느덧 일제 귀빈과 장교를 태운 열차가 오게 되고, 폭탄 폭발 버튼을 누르려는 특공대원을 막는 니콜슨 중령..

일본군 보초들까지 당도하여 미군 특공대와 총격전이 벌어진다.

죽어나가는 특공대원을 보며 무언가를 잘못됬음을 깨닫게 된 니콜슨 중령

혼잡한 상황에서 고뇌하는 그는 다른 특공대원의 공격에 당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보이는 폭탄 폭발 장치

니콜슨은 이 장치 근처로 힘을 쥐어짜내어 걸어와 그 위에서 쓰러져 죽는다.

장치는 작동하고, 폭탄은 폭발한다.

침몰하는 열차는 아주 처참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생각보다 충격적인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는 듯 한 특공대원 생존자.

그는 이 계획의 핵심적인 인물이다. 자신은 해야 할 일을 했으며 옳은 일을 했다고 되뇌이는 그의 얼굴엔 심적혼란이 느껴진다.

이후 영화는 파괴된 다리와 죽은 군인들을 보여주며 끝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던 영화.

마지막은 현대인들에게도 CF등으로 친숙한 "보기 대령 행진곡" 휘파람을 부르는 영국군 포로들의 장면으로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