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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추리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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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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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셜록>에서 열연하는 딘 후지오카씨(출처:야후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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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제대로 해내는 이가 명탐정이라 불릴 수 있다. 판단을 수많은 관찰 뒤에 내리는 셜록 홈스처럼 말이다.

참고로 <우물 안 개구리>에게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일방적 앎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겐 안정감과 균형감이 없다. 분쟁과 격정만이 화르르 불타고 있을 따름이다. ‘진영의 진실’이 최고의 선이라 판단하고 ‘자신들만 선민인 양 착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는 우물 안에 있지 않다. 예컨대 日本은 우물 저 멀리 바깥에 있다.


결론짓겠다. 타자(他者)를 <추리>하기 위해선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제대로, 정확히 알기 위해선 일방이 아닌, 입체적으로 관찰, 헤아릴 수 있는 안목과 태도를 체화시켜야 마땅하다. 이를테면 16세기에 日本으로 들어온 서양의 선교사들이 바로 그러했다. 그들은 <입체적 앎>의 체화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模範)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생각해 보자, 선교사들이 日本에서 기독교 포교를 위해서 제일 먼저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이었을까? 역시 日本의 풍토에 대한 지식이었을 태다. 日本人들의 에토스와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추리하지 못할 리 없다. 이미 신불습합(神仏習合)의 토양이 탄탄한 곳에서 日本人들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기독교가 전파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어 공부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日本語를 치열하게 공부했다. 日本語 사전들을 여럿 편찬할 만큼 그들의 전력을 다한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사전을 편찬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日本人들을 입체적으로 알겠다는 강력한 열망이 없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테다. 입체적으로 알아야만 日本人들의 에토스를 이해, 원만한 소통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판단(추리)한 그들의 안목은 그래서 크고 깊고 넓다.


그중의 하나, 서양인들에겐 日本 연구의 초석이 된 일포사서(日葡辞書)를 한 번 살펴보자. 이 사전은 日本語를 포루투갈어로 자그마치 25,967 단어를 설명한 것으로 1603년에 출간되었다. 그 이듬해에 속편이 나왔는데 6,831 낱말을 수록해 놓았다. 본편과 속편을 통틀어 중복되는 단어를 제외한 32,293이나 되는 방대한 표제어들을 풀이해 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16세기라는 시대 배경을 감안해 보면 가일층 놀라울 수밖에 없는 업적이다.

여기에 대해 도쿄여자대학(東京女子大学)의 명예교수 오스미 가즈오(大隅和雄)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당시 수준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외국어 사서의 하나였다!”


그 명제를 입증하듯 <일포사서>의 반향은 대단히 컸다. 1630년에는 도미니크 수도회( Dominican Order)에서 이것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일서사서日西辞書>를 편찬했으며, 후대(後代)의 프랑스인 레옹 파제스(Léon Pagès1814-1886)는 프랑스어로도 번역해 <일불사서日佛辞書>를 펴냈다. 특히 레옹이 발간한 일련의 日本연구서들은 <일포사서>의 영향을 깊게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왜냐하면 <일포사서>에는 당대 日本語의 음운 체계, 발음, 의미, 용법 외에도 동식물명이나 관용구 더 나아가 생활풍속(生活風俗) 등을 반영시켜, 당대를 총체적일 뿐만 아니라 디테일하게 알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고쇼(御書)라는 낱말을 이렇게 풀이 했는데, “장군, 귀족, 또는 신분이 높은 주군의 편지.” 거기에 용례를 덧붙이면서 일상의 구어(口語)가 아니라는 표시로 ‘S’라는 기호까지 표기했던 것이다.


이것을 오스미 선생은 “日本語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이 사서를 사용할 독자들을 향한 섬세한 배려.”라고 평하기도 했다.(참고로 ‘S’는 라틴어 ‘Scriptura’의 머리글자이며 문서에 사용하는 말이란 뜻이다. 오스미 선생에 따르면 <일포사서>에 ‘S’자가 붙은 단어는 총 1,500이나 된다고 한다. 출처는 오스미 선생의 저작물(著作物) 『事典の語る日本の歴史』이다. 한국에도 2014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사계절 출판사의 『사전, 시대를 엮다』이다.)


그런고로 <일포사서>는 당시의 선교사들이 日本의 <사실>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알아냈는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명백한 단초(端初)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입체적 앎의 실례(実例)이며 방증(傍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추리>하면, 오스미 선셍의 평가가 전혀 과하지 않다는 것쯤은 <판단>될 수 있을 터다.


「이치가 이러하다면, <입체적 사실→다각적 추리→균형적 판단>은 세계를 해석하는 일만이 아니라 학문을 대하는 자세로서도 반드시 전제되어야 옳겠습니다. 사물을 판단하는 현명한 지혜란 입체적 앎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견해는 사실을 어떻게 채집하느냐에 따라, 자칫하면 성마르기 일쑤이므로 무턱대고 신념화(信念化)시켜서는 아주 곤란하겠습니다. 무지한 분이 (성마른) 견해를 신념화시켜 버리면 대체적으로 폭주하기 일쑤일 테니까요. 신념화시킬 것은 <입체적 사실→다각적 추리→균형적 판단>의 패턴이 발현(発現)되게 만드는 객관의 <태도>뿐입니다. 매사 어떠한 사안 앞에서도 <이것>을 유지하면 오류나 시행착오에서 비켜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점을 헤아려 이번 4분기 추리드라마 <셜록シャーロック>을 보신다면 한결 즐거울 겁니다. 입체적 사실을 수집해, 다각도로 추리하고, 균형 잡힌 결론을 내리는 셜록의 패턴이 참으로 삶의 태도가 어떠해야 되는지를 웅변시키는 정수임을 가히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참, 셜록으로 분한 이가 딘 후지오카(ディーン・フジオカ)인데요, 정말로 근사하게 셜록이란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21세기 셜록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멋지고, 의미심장한 드라마, 감상하고 나면 당신도 그의 패턴에 고무되어 이렇게 소리칠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를 추리하라, 단 그 세계를 이루는 요소를 입체적으로 알아내라! 셜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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