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과 일본인의 한계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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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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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는, 쇼토쿠(正德) 2년(1712년)경 출판된 일본의 백과사전이다.
《화한삼재도회》는 간행 후 에도 시대 전반에 걸쳐 널리 이용되었고, 메이지 시대에도 크기를 줄인 축쇄판이 나왔을만큼
2세기 동안 일본인들의 지식의 원천이 되어준 책이었다.
사진은 책에 수록된 인체 해부도 삽화, 참고로 편집자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은 의사 출신이다.
조선 동의보감의 인체 해부도와 별 차이가 없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인체 해부도)
18세기 초까지 저정도의 인체 해부 지식에서 일본 역시 더 나아가질 못했다.
수십세기의 시간동안 전쟁, 전염병 등으로 탄생한 환자들은 해부학에 대한 수요로 충분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 둘다 존재했는데도 불구하고 1000년이 넘도록 일정 수준의 지식에서 멈췄다는 것은
민족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로 판단해야하지 않을까 ?
아래는 화한삼재도회가 나오기 수백년 전 벨기에 출신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집필한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De Humani Corporis Fabrica) (1542년)에 묘사된 삽화 들이다.
에도시대 후기 일본의 해부학 지식이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양 의학을 받아들이고 번역한 결과일 뿐이다.
만약 서양이 없었다면 일본의 해부학은 시간과 함께 발전할수 있었을까 ?
이와 관련하여 일본 해부학의 선구자 스기타 겐파쿠에 대해서 조금 말해보겠다.
그는 의사 집안에 태어나 아버지를 이어 본인 역시 의사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스기타 겐파쿠는 젊은 시절 자신의 지식에 대한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되는 일이 있었다.
어느날 그의 동료였던 나카가와 쥰안이 한 책을 갖고 온다. 네덜란드어로 쓰인 해부학 서적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책의 그림은 지금까지 믿었던 중국 의학의 그림과 상당히 다르다. 어느 것이 옳은가 ?
의사로서 인간의 몸 속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다"
그 역시 해부학 지식이 이정도 수준에서 머물러있었다는 것이다.
스기타 겐파쿠는 자신과 뜻이 맞는 3명과 함께 네덜란드 해부학 책을 번역, 제작 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번역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존의 일본 및 동양 의학에 없었던 개념들이었다.
스기타 겐파쿠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낸다.
바로 연골, 동맥, 신경, 골수 같은 것들이다.
일본에 개념 및 용어 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게, 구 역, 근갤, 제갤에서 전근대 일본의 해부학 지식을 거론하며 자주 인용되는
해체신서 (解體新書) (1773년) 이다.
일본 의학, 해부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자들은 일본 의학을 버리고 서구 의학을 택했기에 그들의 학업적 성과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탈아입구의 효시인 것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19세기 중국을 보며 "중국엔 공간만 있고 시간은 없다" 라고 평했었다.
해부학 사례를 보면서, 서양과의 교류가 아니었다면
일본 역시 공간만 있고 시간은 없는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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